다음블로그에 관련된 아래의 기사가 있습니다. ---> http://blog.daum.net/dogoji/ 사혈요법(venesection)과 자락요법(刺絡療法)에 대하여 1. 서론 사혈요법(瀉血療法 : venesection)은 한의사에게 아주 친숙하며 한의학 임상에서 널리 쓰이는 용어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우리의 한의학 서적에서는 사혈이라는 용어를 찾아볼 수 없으며, 중국에서도 쓰고 있지 않다. 이 용어가 언제부터 한의학 용어로 자리잡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현재 매우 흔하게 쓰이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사실 사혈요법은 원래 양방용어이며, 한의학 용어가 아니다. 문제는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사혈요법이 한의학에서 쓰고 있는 사혈요법과 분명한 개념의 차이가 있으며, 따라서 이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필자는 서양의학의 사혈요법(venesection)에 대해 살펴보고 아울러 한의학에서 말하는 자락요법(刺絡療法)과의 차이를 고찰하고자 한다. 2. 사혈요법(venesection)의 역사 사혈요법은 영어로 ‘venesection’이라고 쓴다. ‘venesection’을 거꾸로 사전에서 다시 찾아보면 ‘정맥절개’ 또는 ‘사혈’이라고 나와있다(의학용어집 : 대한의학협회, 2001). 원래 venesection은 정맥(vein)을 절개(section)하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사혈요법(venesection)은 인류 역사와 함께 한 오랜 치료법이자, 가장 원시적인 치료법이다. 이 치료법은 옛 사람들이 대부분의 동물들이 상처를 핥는 것에 착안해서 치료법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옛 사람들은 또한 인체에서 저절로 나오는 각종의 출혈, 코피, 월경 그리고 상처에서 저절로 흘러나오는 피를 보며, 이것을 일종의 생리적 치료작용으로 생각하였다. 그리이스 로마 의학을 거쳐서 중세 의학으로 내려오며 venesection은 그야말로 만병통치의 중요한 치료법으로 자리잡았다. BC 5세기에는 천식, 객혈, 타박상, 기침, 소모성질환(결핵), 뇌진탕, 경련, 청력소실, 간질, 혼수, 통풍, 두통 등의 거의 모든 질환에 이 치료법이 사용되었다. 또한 7세기 영국에서는 히스테리의 가장 흔한 치료방법이었다. venesection에는 3가지가 있었으니, 첫째는 정맥을 절개(phlebotomy)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부항(cupping)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중세 유럽의 부항 세트는 오늘날 우리의 부항과 모양에서 큰 차이가 없으며, 당시 외과의들의 치료기구 세트에 들어가는 중요한 품목이었다. 세 번째 방법은 빠는(leeching /suck) 방법이었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정맥을 절개하는 것이고, 부항은 정맥을 절개하기에 너무 어리거나 늙은 사람을 대상으로 행해졌고, 세 번째 방법은 환자가 스스로 직접 행하거나, 앞의 두 가지 방법을 쓰기에 어려움이 있을 때 많이 사용하였다. 19세기에는 거머리를 이용한 leeching이 널리 애용되었다고 하며, 두통에 관자놀이에서 거머리로 피를 빨게 하는 것이 크게 유행하였다고 한다. 사혈의 양은 일반적으로 환자가 의식을 잃어버릴 때까지(syncope) 하는 것이 좋다고 기술되어 있다. 정맥을 절개해서 피를 빼내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였으니, 치료를 위해서 피를 뽑아 환자를 기절시키는 것은 과히 어려운 테크닉은 아니었다. 어찌나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던지 정맥절개만을 전문으로 하는 사혈전문의사(=정맥절개 전문의사, phlebotomist)라는 직종까지 있었다! 오랜 세월동안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던 이 기법은 그 뒤로 서양의학의 발전으로 18-19세기를 전후해서 급속히 사라진다. 오늘날에는 예전에 이런 무지한 치료 방법을 썼었다는 식으로 서양의학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3. 자락요법(刺絡療法)과 용어의 혼용 반면에 한의학에서의 자락요법은 그 개념부터가 다르다. 우선 한의학에서는 서양의학 병리에는 없는 어혈(瘀血)이라는 병리 개념을 가지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어혈을 제거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자락요법을 시행하며, 일반적으로 조직내에 있는 말초혈액을 몇 CC 가량 뽑아내는 것으로, 정맥혈관을 절개해서 혈관 안을 돌아다니는 혈액을 뽑아내는 양방의 사혈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치료이다. 따라서 ‘사혈요법’과 ‘자락요법’을 혼용하는 것은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한의사에서 시술되는 ‘자락요법’을 ‘사혈요법’이라고 사용하거나, 논문 등에서 영문으로 표기할 때 ‘venesection’을 사용할 경우에는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오늘날 중국에서는 사혈(瀉血)이라는 용어는 쓰지 않으며, 자혈요법(刺血療法), 방혈요법(放血療法), 자락요법(刺絡療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며, 영어로는 blood-pricking technique으로 표기하고 있다. (原一祥 외 3인: 한영쌍해중의대사전. 인민위생출판사. p580) 4. 결어(結語) 이제 정리해보자. 사혈요법 즉 venesection은 정맥 절개에서 나온 서양의학 용어이다. 그리고 서양의학에서는 사혈요법을 미개한 원시시대나 중세의학에서 원인도 모르고 무턱대고 정맥에서 피를 뽑던 돌팔이 의술로 생각하고 있다. 사혈요법은 오늘날 서양의학에서 사장(死藏)된 원시적인 치료법인 것이다. 필자는 어린시절에 “보물섬”이라는 소설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다. 소설속의 어린 주인공 ‘짐’의 집에서 숙박을 하던 왕년의 해적 ‘빌리본즈’는 옛 해적선 동료를 만난 뒤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왕진나온 의사는 고혈압이라고 진단하고, 쓰러진 환자의 정맥을 칼로 절개하여 정맥피를 흘러나오게 하는 장면이 있다. 이것이 진짜 사혈이며 양방의학에서 말하는 정맥절개법이다. 한의사에 의해서 시술되는 ‘자락(刺絡)’이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사혈이나 venesection이라는 용어를 계속해서 사용하는 것은, 한의학의 치료기술을 오해할 수 있는 소지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의 한의학에서 잘못 사용되는 ‘사혈요법(瀉血療法)’이라는 용어는 ‘자락요법(刺絡療法)’, ‘방혈요법(放血療法)’, ‘자혈요법(刺血療法)’ 등으로 올바르게 사용되어야 하며, 아울러 ‘venesection’도 역시 ‘blood-pricking’이나 ‘blood-letting’으로 사용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월간의림지 2002년 8월호 p44-45 우석대학교 한의과대학 한방내과 장인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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