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사피엔스의 추억
Paracelsus호모사피엔스의 추억
슈왈츠라 불러주삼!
그가 나를 슈왈츠라 부르기 전엔 나는 이름 없는 잡종 변견 강아지였다.1990년대 중반 나는 내가 주인으로 섬겨야
하는 견 동구 대위의 첫 근무지인 대한민국 공군의 한 대대급 부대의 의무실로 실려 왔다. 내가 떠나온 곳은 개목걸이와 개
줄이 필요 없이 자유로이 뛰어 놀아도 탓하는 인류나 견류가 없었던 남도의 시골 농장이었다. 내 모견은 꼬리 없이 태어난
댕갱이 진도견이었으며 투견으로선 부족하지만 지적인 사냥능력을 보유하신 분이었고 내 부견은 농장 근처의 옆집에 기거하셨으며
발바리와 진도견 사이에서 태어난 키가 좀 작은 혼혈 견이었으며 항상 개목걸이에 줄이 묶여 가끔씩 짖어댈 때만 그분의
존재를 알 수 있었다. 부대에 도착하고 얼마 되지 않아 보스는 나를 부를 때 슈왈츠라고 했다. 같이 간 동생 견은 클론이라고
했다. 동생 클론은 심약한데 구박이나 받지 않을까 염려스러웠다.
보스가 명령하면 꼬리를 흔들고 귀를 뒤로 하고....
보스는 의무실 옆에 내무반이 있는 셰퍼트를 돌보는 군견병 들에게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더니 나에게 목줄을 채우고 앉았다
서기를 반복하여 시킨 후에 엎드린 채로 기다려! 해놓고 볼일보고 온 후 내가 일어나 앉아 있으면 목줄을 죄어서 벌을
주었다.
클론은 이런 식의 호된 벌에 이미 주눅이 들어 더 이상 훈련이 진행이 안 되었고 구박만 받고 있었다. 그 나마 다행인 것은 잘 따라 하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맛있는 닭고기, 돼지고기 등을 을 주었다.
보스는 나의 후각정보에 들어와 있던 내 또래의 고양이를 면밀히 추적 관찰한 후에 정교하게 설치한 올무로 그 들 중 한 마리를
잡아왔다. 내 앞에 놓고 내가 어떻게 반응 하는지를 살펴 본다고 했다. 나는 처음으로 가까이서 대면해보는 녀석이지만
저절로 물고 싶어져서 달려들어 한입에 물고 흔들었다. 동생은 이처럼 인정 받기 좋은 기회에서 털을 세우고 짖기만 하고 있다.
나를 보며 쓰다듬는 보스 눈가의 눈둘레근의 수축은 점점 익숙해진 것이 되어만 갔다. 내가 4개월 정도 되어 귀가
쫑긋 설 무렵 사병식당 옆에서 거만하게 걸어가는 고양이를 보고 나는 그 고양이과 동물을 향해 본능적으로 뛰어갔고 잠시
후 고양이를 물고 있는 나 자신을 인지하게 되었다. 고양이가 생각보다 만만한 짐승 이라고 판단했다.
흙과 입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져가면 동거하게 되는 슬리미한 친구들
나는 의무실 앞 모퉁이에 앉아 언덕배기 아래 소나무 숲을 지나서 불어오는 바람 속에 섞인 냄새를 맡고 있었다.
셰퍼트들의 냄새, 가끔 들르는 사병식당에서 나오는 기름 냄새, 그리고 오가는 사병들 사이에선 총각냄새도 났던 것
같았다.보스가 군종 실에 갔다가 돌아오는 모습이 보여서 반가와서 일어나 달려가는데 갑자기 어지러워서 길바닥에 주저앉을 뻔
했다.이상하게 생각한 보스는 입을 들여다보더니 알약을 억지로 입을 벌려서 넣고 다시 입을 오므려 삼키도록 해 주었고 그 후론
어지럽지 않았다. 어떤 날씬한 녀석들이 내 배속에서 주린 배를 채웠었나보다. 어찌 해볼 수도 없는 전염병이 아닌 것이
다행이었다. 보스는 이 일 후에 맛있는 고기를 많이 주었고 머리를 자주 쓰다듬어 주었다.
우린 수만년 전부터 서로 앙숙 아니었던가?
청설모들이 먹이를 구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는 가을 ,슈왈츠는 주말에 보스의 차 앞에서 보디가드처럼 사방을 경계하며 달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보고 대견해 했다. 슈왈츠가 보스와 산책할 때 보스 좌측옆에서 나란히 목줄을 하고 걷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것은 앞서서 나아가면 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슈왈츠와 보스와의 유일한 놀이는 사냥이었다. 그가 보스를 즐겁게
해주는 것이 사냥 말고 몇 가지나 더 있겠는가? 보스와 산책을 할 때면 그는 이전에 고양이를 물어주거나 추적한 곳을 먼저
찾아가서 확인하였고 보스가 그 장소를 무시하고 걸어가면 다시 뒤따라갔다. 그는 그가 아닌 보스가 원하는 후각의 대상을
추적하는 단계에 오른 것이었다. 그가 처음에 부대에 와서 줄에 묶여 있을 때 그의 먹이를 몰래 훔쳐 먹던 녀석들, 사람은 물론
그를 보고도 우습게 알던 녀석들이 이젠 그를 두려워하게 되었다. 본능을 일깨워 준 것에 녀석들도 감사해야 할 것이었다.
고양이들의 냄새는 점차 희미해져갔으며 어떤 이는 보스에게서 움직이지 않는 고양이를 얻어가기도 했었다. 클론이 두 번째 발정기를
맞이하기 전에 슈왈츠는 약 15마리의 고양이를 물어주었다. 처음에 고양이를 공격하다 코나 귀를 물려서 꽤 마이
아파했었고 사나운 고양이를 만났을 때 짖어서 보스를 부르던 것과 비교하면 많이 발전한 것이었다.
한번 보스는 영원한 보스
군무원 우귀사를 보스로 삼고 있는 견공은 핏불 처럼 저돌적인 스타일에 단순한 녀석이었다. 지난번에도 한번 싸우려다 말았었는데
맷집이 좋은 녀석은 반복해서 물어도 막판 카운터 바이트 하나가 있으니 여간 곤란한 것이 아닐 것이었다. 어릴 때 모견을
괴롭혔던 검정 진도견은 카운터바이팅 으로 발만 공격하여 항복할 때까지 놓지 않았고 물린 개들은 6개월 정도를 절뚝거려야
했었다. 그러나 당시 나의 기억 속에는 물린 후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싸우다 죽을 지라고 나는 싸울 뿐이었다. 또한
보스의 체면이 있는데 싸움에 지면 얼마나 망신이었겠는가? 우귀사가 보스를 찾아온 날 오후 나는 우귀사의 견공과 싸우게 되었다.
나는 사이좋게 어울리길 좋아했지 싸움을 좋아하는 호전적인 견이 아니었으나 보스의 명령이었으니 따라야 했고 상대가 전의를 상실할
때까지 물어주었다.
나는 내가 싸움에도 소질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싸움 도중 나는 알 수 있었다. 나는 보스를 위해서 싸웠으며, 보스가 옆에 있어주어서 싸웠다는 것을. 아니 보스의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그날 저녁 우귀사가 차안에 있는 보스를 손으로 흔들려는 것을 보고 나는 으르렁 거려주었다. 우귀사는 놀라서 조심스런 발걸음으로 물러났다. 자신이 기르는 개보다 더 겁이 많아 보였다.
올무, 나 그리고 보신탕
다음 해 나는 보스를 따라 내가 태어난 시골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보스는 가끔씩 찾아왔고 나는 점점 그의 냄새를 맡기가 어려워 졌다. 농장에서 나는 내 수하에 부하 견들을 거느리게 되었고
보스가 오면 그사실을 알아주길 바랬다. 보스는 가끔 내가 가보지 않은 뒷산에 나를 데리고 갔으며 나는 거기서 새로운 짐승들의
냄새를 맡게 되었다.
털갈이가 끝나갈 무렵 나는 보스가 알려준, 토끼들이 많이 출몰하는 산비탈에 갔었다. 이미 익숙해진, 점점 진해지는 냄새를
따라서 추적하다가 3m 앞에서 뛰어가는 토끼를 발견하고 재빨리 달려 나갔다. 순간, 무언가가 내 목을 사정없이 졸라매었고 나의
궁둥이가 토끼를 향하게 되었다. 올무의 느낌은 보스가 훈련시킬 때 사용한 목줄과 유사했고 나는 그리 흥분하진 않았다. 해가
넘어가자 나는 짖어서 구조신호를 보냈으나 아무 반응이 없었다.나는 두려웠고 올무와 나무를 물어보았으나 어찌 할 방도가 없었다.
세 번 어두워지고 난 어느 날 보스의 목소리가 들렸고 나는 미리서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엉킨 올무를 풀어준 보스는 나를 한번
쓰다듬고는 말없이 앞서서 걸어갔다.
며칠 후 나는 달리는 개장사의 트럭 뒤 우리에 갇혀서 더위에 혀를 내밀고 있었었다. 어젯밤에 개장사가 던져둔 닭고기를 무심코 주워 먹은 것이 화근이었다.
지금 이 순간 이후로는 보스의 냄새를 맡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보고싶어도 다시는 보스의 눈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 옆에 있는 슬픈 눈 빛의 다른 변견들은 나처럼 사랑을 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살다 가더라도 다시
태어난다면 보스와 같은 인류를 다시 만나고 싶다.
강아지 시절 예방주사를 놔줄 때 낑낑거리던 나를 달래주던 보스, 돌을 잘 물어온다고 쓰다듬어 주던 보스가 생각이 난다.
그리고 여름철이면 바람타고 전해오던 동료들의 들깨향섞인 고기 냄새 도.......
<이 글은 Paracelsus님 동의하에 Bric에서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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